『로고스 씨와 연애하기』 (이상예, 세움북스 2016)
어쩌다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난감해집니다. ‘어쩌다가’라는 짧은 말 아래 제법 커다란 구덩이가 숨겨져 있는 까닭입니다. 구덩이 속에는 한두 마디의 말로 축소시킬 수 없는 복잡하고 뚱뚱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요약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짧은 질문에 걸맞는 단출한 대답을 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 입니다.
“로고스(Logos, 말씀) 씨와 연애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낯선 땅에서 나그네(외국인)로 살아가는 일은 위험합니다. 그러나 로고스 씨 없이 사는 삶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저는 나그네가 되기로 했습니다. 로고스 씨 없이 편안하게 사느니 서러운 나그네로 살기로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삶은 동화가 아니기에, ‘그 후로 그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마칠 수가 없었습니다. 로고스 씨와 단둘이 얼굴을 맞대고 사는 일에도 실망이 끼어들고, 권태가 끼어들고, 애증이 끼어들고, 다시 화해가 이루어지길 반복했습니다. 현실의 결혼 생활과 같이 그분과도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는 중인 것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로고스 씨와 연애하기』는 케냐 이상예 선교사의 “말씀(로고스) 묵상(연애)” 이야기입니다. 시중에 많은 묵상집이 존재하지만 이 책은 기존 묵상집과는 차별된 신선함이 가득합니다. 케냐 선교사인 저자는 한국과 미국, 케냐에서 여러 묵상 모임을 인도해 왔고, 10년 넘게 어린이 매일성경(성서유니온) 원고 집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Fuller신학대학교에서 “묵상”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에 그녀만의 필력이 더해져 특별한 묵상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여성의 눈으로 묵상한 하나님 이야기입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묵상에 저자가 케냐 선교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120여 컷의 사진이 어우러져 읽는 독자들은 서정적인 묵상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이 책은 특별합니다. 언어가 쉽고 명료하며 편안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말씀에 대한 생각을 유연하게 하는 동시에 확고하게 합니다. 감성적이며 감각적인 문체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말씀과 하나가 되게 만드는 놀라운 책입니다. 하루에 한 장씩 읽어가다보면 책 제목처럼 로고스(말씀)씨와 연애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